그리스의 미술
그리스 미술은 넓은 의미로 해석했을 때 선사시대의 크레타와 미케네의 미술을 포함한다. 세간에서는 아르카이크 이후부터 헬레니즘 시기에 이르는 작품들이 속한 시기를 보통 그리스 미술사라고 지칭한다.
개요
이전 포스팅에 작성했던 크레타·미케네의 미술과 이후의 미술은 서로 대조하고 비교하였을 때 미술 양식에 있어서 같은 부분이 많다고 하기 어렵다. 크레타와 미케네의 미술이 그리스 정신을 대표하는 정신을 물려주었다고 말하기에는 난해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미술은 사물을 조소적으로 표현하며, 간소하며 한편으로는 무겁고 웅장하지만, 앞선 크레타와 미케네의 미술이 펼쳐졌던 에게해의 양식은 무척 회화적이고 공예 위주로 전개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노아 문명기에는 아주 작은 예외를 빼고 기념비적인 조각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도 된다.
조각의 대부분은 선사시대부터 이르러 초창기에는 대부분 종교적 선전과 기록을 위하여 제작되었다. 예시로 들 수 있는 작품으로는 신전에 안치된 신상, 종교적인 성지에 정렬한 신의 형태나 영웅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 기념하고 바쳐진 조각 등이 있다. 또한 인물을 조각한 조각만 아니라 건축학적으로 의미 있는 신전의 장식 조각이나 묘지에 배치하여 사자를 기리던 조각품이 이러한 조각에 범주에 포함되어 있다. 혹자는 이 시기의 종교 의미를 담지 않은 조각으로 신에게 봉납하던 자신을 새긴 이의 조각상, 올림픽이나 원형 경기장에서 승리한 우승자의 조각상, 저명한 철학자 등 사회적으로 인망을 떨친 위인의 조각상 등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예시를 든 대부분의 조각은 결국 신에게 봉납하기 위하여 성지에 놓인 것들이기에 완전히 종교와 무관하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그리스 조각 역시 원시 시대에는 다른 민족처럼 제물 숭배의 시대를 거쳤다. 이 시기를 거쳐 차츰 우리가 아는 시기의 조각 모양을 갖추어 온 것 학자들은 추측한다. 그리스 조각 초기 시대의 최초 조각상은 크소아논이라 불리며 이는 나무를 잘라 소박하게 조각된 형태를 띤다. 이 조각품은 약소하게나마 신상으로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신전이나 성지에 보존되어 있었다 한다. 지금의 조각에 비하면 크소아논은 뻣뻣하고 부동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나 이어지는 시대에 나무로 만들어졌던 신상은 곧 석재를 이용한 신상으로 바뀌며 마침내 현대까지 이어지는 대형 조각물로 발전해 갔다.
조각 재료
펀치, 갈고리, 끌, 거친 끌, 편평한 끌, 송곳, 톱, 나무망치 등 그리스인이 조각에 사용한 도구로는 위와 같은 것들이 전해져온다. 그중에서도 톱은 오래전부터 사용된 도구이다. 또한 조각품에 좁고 깊숙한 구멍을 만드는 돌림 송곳은 무려 기원전 5세기쯤부터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각 소재
대리석은 그리스 미술의 중요한 소재 중 하나이다. 크소아논 등 그리스 미술 초기의 목재 조각상이나 청동 조각품을 대부분 유실한 현재에 있어 일반적으로 그리스 미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재료이기도 하다. 그리스 미술의 발전에 무척 기여하는 바가 큰 석재는 본디 지금 시대에 전해져 오는 조각상들처럼 대리석이 사용된 것이 아니다. 그리스 미술사 초기에는 대리석보다 무른 석회석이 사용되었으며, 후처리로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조각상의 전면 혹은 부분적인 부분에 채색을 더했다.
그리스인이 조각을 제작하는 데 사용한 소재는 나무나 석회석, 청동과 금과 상아 합금, 일반적인 쇠 등을 사용했다 전해진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리스의 기후는 초기의 목조 조각품을 보존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합금은 남아 전해지기에는 무척 귀중하였으며, 쇠는 부식되었고, 심지어 청동 조각품은 전쟁을 위해 징발되어 무기로 재제작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다. 하여 오늘날 남아있는 그리스 미술품은 대부분 위에 언급한 석상이나 테라코타, 거기에 근소한 청동 조각 정도만이 발굴되어 보존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테라코타는 이미 미노아 시대에도 자주 등장하던 재료이다. 이는 대리석을 구하기 힘든 키프로스 소아시아, 남이탈리아의 그리스 식민지였던 지역에서 두루 발견되고 있다. 그리스 본토에서는 신전 장식 조각이나 성지를 장식하는 봉납 상에 자주 쓰였다. 현재에 이르러 테라코타의 대부분은 유실되었다. 그나마 아크로폴리스 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석회석 군상 조각이나 코레상들에서는 당시 사람들이 보았을 맑고 반짝이는 색채까지 보존되어 있다. 조각상들의 눈에는 종종 착색한 돌, 유리, 상아 등이 박혀있는 경우도 있었으며, 개중에서도 여인상들이 걸친 장신구에는 석재나 테라코타가 아닌 보석과 금속이 더하여져 화려함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그리스인들이 즐겨 사용한 재료를 소개하자면 청동을 들 수 있겠다. 목재로 만든 심 위에 두드려 늘인 초기 청동상은 고대 이집트에서 전해진 주조 기술이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기법은 펠로폰네소스를 중심으로 그리스 전 지역에 빠르게 전파되어 그리스 미술사 중 청동 조각기의 빛나는 시대를 끌어 나갔다. 앞선 이유가 그리스에서 이어지는 로마 고전기 시대 거장의 걸작 대부분은 주조 기술을 사용하여 제작된 청동상이었다. 이 청동상은 석상과는 달리 큰 재료를 사용하여 전체가 청동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조각이 아니라 머리 부분이나 앞으로 뻗은 팔 등은 따로따로 만들어 다른 재료가 용접한 조각품의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스 미술 양식의 전개
아테네 지역 내 디필론의 묘지에서 발굴된 큰 암포라의 장식 양식에 있어서 절정기에 이르러 그리스 미술사에서는 이 시대의 미술을 기하학 양식 시대라 부른다. 기원전 10세기 끝의 그리스 본토에서는 인물과 동물, 식물까지도 도형으로 묘사한 기하학 양식이 발생하였다. 딱딱한 형태를 지닌 이 양식은 이후 200여년에 걸쳐 그리스의 조각 미술사를 제패하고 그 위용을 떨쳤다. 출토된 항아리에서는 간단한 직선 문양부터 번개 모양의 마름모꼴, 지그재그 등의 배치로 동물과 인물이 나란히 늘어선 띠 모양으로 표현됨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묘사된 사람의 머리는 원형, 몸체는 역삼각형의 기하학적인 실루엣으로 표현되어 단순하게 묘사되었다. 이와 같은 특징은 이 항아리 장식에만 제한되지 않고 다른 장르 미술의 표현 양식에서도 동일하게 보인다.
융성했던 그리스 미술사의 실마리가 되는 기하학 양식 시대의 조각은 앞서 언급한 대리석 조각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청동이나 상아를 재료 삼은 작은 조각상만이 전해질 뿐이다. 남아있는 조각상을 살펴보면 세선과 날카로운 각도를 가진 화려한 양식을 띄고 있기에 보다 자유로웠던 크레타의 미술 양식과는 완전히 다른 미술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 형식은 기원전 9세기를 지나서 8세기말부터 7세기 초반에 이르러 형태가 변모한다. 둥근 곡선과 또렷한 형태가 갖추어져 이 시기의 조각상은 상당히 생생한 표현력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 시기의 청동 조각상은 다수의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으나 어떤 것들도 기하학 양식 시대와 결을 같이하는 엄격한 형태와 규칙으로 제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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