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장식
목조 구조물로 건축되었던 신전은 구운 뒤 채색한 테라코타 판으로 장식되고는 했다. 테라코타 판들은 원반 형태 혹은 직사각형 모양의 판 모양으로 제작되었다. 테라코타 장식물은 기능적으로 외관을 꾸미는 장식의 목적과 건물의 부분적 보호 역할까지 겸비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에는 건축물을 장식했던 조각들이 건물보다 오래, 그리고 명료하게 남겨졌다. 남아있는 조각물들은 겹치는 패턴과 정형화된 잎 모양의 테두리, 기하학적인 스크롤 무늬 등 그 디자인이 다채로웠음을 보여주었다. 목조 구조물이었던 신전에 석재가 적용되면서 테라코타 혹은 흙으로 구워 올린 판은 보호재로 사용되었던 용도는 퇴색하였으나 다른 기능인 조각 장식의 기능이 견고해졌다.
흙으로 빚은 장식물들이 장식되는 위치는 건물의 지붕 위 구조물인 처마나 모서리, 박공판 위 등이었다. 이때 아크로테리온이라고 불리는 박공판 모서리 장식물은 때로 건물의 측면을 따라 장식될 때는 안테픽스라고 불렸다. 그리스 건축 초기에는 일반적으로 반원 형태를 띠고 있었으나, 나중에는 완만한 삼각형 모양의 장식물로 바뀌었으며 그 안에는 이따금 야자 무늬를 새겨 넣었다. 이오니아식 처마 끝에는 빗물 배출구가 종종 입을 벌린 사자의 머리 모양으로 조각되고는 했었다. 그리스 후기 고전기에는 박공판 모서리 장식물의 모티브가 자연물이 아닌 인물로 변화하기도 하였다.
고대 그리스 건축물에서 발견되는 모든 종류의 조각 장식은 선택적 요소가 아닌 필수 요소였다. 도리스 양식의 조각 장식은 굉장히 양식적인 형태를 띠었다. 벽에 장식되는 부조까지도 임의로 장식되는 것들이 없었다. 도리아식 건축의 조각 장식은 처마나 박공판 같은 특정 영역에도 굉장히 체계적인 방식으로 배치되었다. 이오니아식 건축에서는 몰딩과 장식의 종류와 수가 다양해졌는데 이는 특히 출입구 주변에서 자주 발견된다. 에렉테이온 신전에서처럼 특유의 브래킷 형태가 나타나 출입구 위 장식용 처마를 받치기도 했다. 특히나 이오니아식 건축에서 자주 발견되는 좁은 몰딩은 대칭형으로 회전된 목재 원형에서 유래하여 구슬과 홈이라고 불렸다. 여기에는 넓은 몸체 안에 끝이 위로 향한 혀 모양 또는 뾰족한 나뭇잎 모양의 홈이 파여 있는 종류, 타원형, 뾰족하게 교차하는 화살과 계란형 몰딩이 포함되어 있다.
건축 조각
건축 조각은 그리스 초기 건축사부터 고졸기- 엄격 고전기 - 전성기 고전기 - 후기 고전기와 헬레니즘 시기로 이어지며 발전한 건축 양식이다. 고졸기의 건축 조각(기원전 700–500년)은 케르키라섬에 위치한 아르테미스 신전 박공판 중앙에서 발견된 고르곤의 양쪽에 자리 잡은 판테라 조각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시칠리아의 셀리눈테 신전의 메토프에는 영웅 페르세우스의 무용담 중 하나인 괴수 메두사를 처치하는 장면이 잘 보존한 상태로 조각되어 있다. 앞서 설명한 두 조각물은 기원전 600년경의 그림에서 나타난 고르곤의 양식화된 묘사와 유사하다. 조각된 고르곤의 얼굴과 어깨는 정면을 향해있다. 다리는 달리는 모습을 표현하였거나 무릎 꿇은 자세로 조각되어 있다. 이 시기에 나타난 건축 조각의 대상은 평범한 인간보다 두려워해야 할 괴물의 이미지가 도드라지는데 이는 후세에 발전한 인본주의 철학과 대조된다.
초기 박공판 조각과 작은 신전의 조각들은 부조 형태를 채택하였으며, 후기의 조각들은 테라코타로 만들어진 예시만이 남아있거나 대부분 전체 중 일부만이 남아 있다. 조각은 스투코(분말에 물 등을 섞어 표면 마감에 사용하는 도료)로 덮인 뒤 채색되었으며, 테라코타 조각은 그리스 도자기의 특징인 절제 된 구운 색감으로 채색되어 있다.
엄격 고전기
기원전 500–450년은 그리스 고전 건축기에서 엄격 고전기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박공판 조각은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전(기원전 470–456년)이다. 제우스 신전의 동쪽 박공판에는 전차 경주를 시작 전에 흐르는 정적과 긴장감을 보여준다. 조각에 새겨진 현장에는 제우스와 그의 경쟁자들이 이상적이고 엄격한 표현으로 묘사되어 있다. 서쪽 박공판의 중앙 인물은 아폴론이다. 해당 박공판에서 아폴론은 신격 존재의 위엄을 과시하며 지상과 멀리 떨어진 채 켄타우로스와 라피타이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을 중재하고 있다. 이는 동쪽 박공판의 역동적이고 격렬한 인물 묘사와 강한 대비를 이룬다.
전성기 고전기
전성기 고전기는기원전 450–400년 경을 이른다. 파르테논 신전의 프리즈와 박공판을 장식한 부조와 조각품들은 조각가 페이디아스의 지휘하에 생동감 있는 작품으로 제작되었다. 박공판에는 올림포스의 신들이 묘사되어 있다. 프리즈는 판아테나이아 제례와 의식 장면을 그리고 있는데, 이는 아테네 여신을 기리기 위해 4년마다 열렸던 행사였다. 동쪽 박공판의 프리즈에 남아 있는 인물들의 묘사는 당시 조각가들의 인체 이해도가 깊고 높았음을 보여주며, 신체의 역동성과 운동성에 감정이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까지 표현하였다.
후기 고전기
후기 고전기(기원전 400–323년)의 유명 조각가들로는 레오카레스, 프락시텔레스, 티모테오스, 스코파스 등이 있다. 위 거장들이 남긴 작품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아 로마 시대의 복제품을 통해 그 당시의 형태를 추측하고 있다. 그중 티모테오스와 테오도토스가 함께 작업한 조각물이 에피다우로스의 아스크레피오스 신전에 남아있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유실되어 동쪽 박공판의 일부에만 트로이의 함락 장면을 새긴 조각이 남아 있다. 이 조각물은 이전에 언급한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동쪽 박공판의 조각처럼 인물의 배열이 섬세하고 치밀하게 계산되고 구성되어 있다. 이와 대조되는 부분으로는 인물들은 행동이 보다 격렬하고 격동적이며 중앙 공간은 권위 있는 신이 아닌 네오프톨레모스가 자리 잡고 있다. 그가 노쇠한 왕 프리아모스를 붙잡아 찌르는 장면은 무척이나 역동적인 자세로 묘사되어 있다. 중심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군상은 저마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저마다 경악, 공포, 두려움, 잔혹함, 갈망 등의 표정을 띠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팜메이트 아크로테리아는 기존과는 달리 작은 인물 조각들로 대체되었다. 동쪽 박공판 위에는 바람을 가로막고 있는 날개 달린 승리의 여신상(니케)이 놓여 있다.
헬레니즘
헬레니즘 시대의 건축 조각(기원전 323–31년)은 인물의 동작과 묘사를 고전기보다 과장하여 표현함으로써 더 화려한 묘사를 펼쳤다. 헬레니즘 시대에는 인물이 걸친 복식의 흐름과 주름을 세밀하게 묘사한 드레이퍼리(의상의 일종)가 강조되어 작업되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건축조각으로는 그 유명한 선수상으로 추정되는 사모트라케의 니케가 있다. 또한 페르가몬 제단(제우스의 대제단)은 높이 2.3미터와 길이 120미터에 이르는 무척 높고 큰 부조이다. 이 부조에는 신들과 거인족(티탄)들이 지배권을 놓고 격렬하게 전투를 벌였던 전쟁이 묘사되어 있다. 묘사된 인물의 얼굴에 나타난 광란, 비통, 승리 등의 극적인 감정 장치를 통해 두 그룹 간의 역동적인 갈등을 현대까지 이어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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